전장같던 한국 임상을 탈출해서
미국간호사가 된지 어언 4개월차...
태움 없고 천사같이 말랑말랑한 이 사람들과 일하면서 하하호호 행복한 간호생활을 누리고 있던 그 때 다짐했다.
아! 직장에 와서도 웃을 수 있구나.
동료랑 이렇게 행복하게 지낼 수 있구나.
나도 착한 간호사가 되어야겠다!
그리고 독립한지 2주.
초심을 잃었다.
일하는거 개씨발짜증난다ㅡㅡ.
여기 환자들은 중증도가 낮아서 오리엔테이션 받을 때도, 독립하고 나서도 1인분 거뜬하게 해내니까
시발 환자 존나 준다 ㅡㅡ 아 개갓아!
사람들이 다 친절하고 도와줄거 없냐고 물어봐주고 해도
바쁘면 그냥 시발 짜증나는 것이다.
그래도 내가 한국임상 하면서 배운게 있다면
고된 경험은 다 나중에 쓸모가 있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개바쁘고 힘들었어도 그 경험 덕에 미국와서도 비빌 수 있는 것 아닌가.
그래서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려고 하지만
바빠서 차팅 다 밀리고 앞에 닥친 일하기에 급급하면 기분이 더럽다.
그러니까 인계 받을 때 내 안의 한국간호사가 나와버린 것이다...
보통 혈액검사는 나이트가 한다.
근데 오늘은 평소에 주로 하던 검사가 아닌, 아기가 syndrome 있는지 진단하기 위해 여러가지 새로운 lab 오더가 있었다.
인계 받으면서 이 검사 어떤 튜브에 내려야하는지 아냐고 물어봤더니
데이번이 모른다고 검사실에 전화해서 물어봐야한다고 했다.
검사도 여러가지고 검사실에 전화까지 해야한다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눈알을 굴렸다...ㅋㅋㅋ
그랬더니 그 순둥한 데이번이 헐 어떡해 라벨이라도 뽑아줄까? 막 이러면서 당황하는 것이었다...
(근데 검사 시간 1시간 전에는 라벨 못 뽑음ㅜ)
순간 너무 미안해지면서 한국간호사 자아를 줘패고 얼굴을 고쳐먹었다. 이래서 개버릇 못 주지...
그리고 다른 간호사한테 인계를 또 받는데
아기 산소포화도가 88~90%을 와리가리 하고 있는거였다.
그래서 순간 데이번을 째려보며 target O2 saturation 몇이냐고 물었다 ㅋㅋㅋㅋㅋㅋ 시발 room air인데 ㅋㅋㅋ....
(아기가 desaturation을 보이는데 데이때 이런 적이 있었나요? 라고 묻는 대신 타겟을 물어 에둘러 꼽주는 전형적인 한국식 화법.)
그러고나니 또 데이번이 어쩔 줄을 몰라하는 것이다...
순간 또 너무 미안해지고 나이스하지 못한 것에 창피해졌다.
(진짜 미국은 겉으로 무조건 나이스하게 해야 ‘이성적’이고 ‘교양’있는 사람, 한국처럼 길길이 날뛰는 선임 있다? 바로 미개인행. 한국간호사분들도 그런 선임있다면 그냥 미개인이라고 생각해라. ㅋㅋ)
아 시발....
나 정말 착하고 행복한 간호생활, 직장생활 하고 싶었는데...
바쁜 그룹 맡아서 인성이 점점 드러나고 있다.
하... 남은 나이트 한 개.
프로답게 웃어보겠다^^!
나 자신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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