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미국간호사를 하고 싶은데요? - 2

이민이라는 것은 참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한다.
난 잠시만 미국간호사로 경험 좀 해보고 한국 돌아가야지.
그런 생각으로 와도 해외생활이란 것이 쉽지 않다.

미국 어느 주로 가느냐, 초기 자금을 얼마나 들고 오느냐에, 집안의 지원 여부 등등에 따라서
삶은 조금씩 달라지겠지만
결코 한국에서 사는 것 같을 수는 없을 것이다.

1. 영원한 외국인

미국이 아무리 다문화국가라고 하지만 외국인은 외국인이다.
내가 아무리 영주권, 시민권을 땄어도 미국 사람이 보기에 이민자는 그냥 외국인이다.

한국같이 전국민이 거의 하나의 문화를 공유하고 대다수의 사람이 한국인인 나라에서,
메이저그룹에 속해 있다가 마이너 그룹이 되었을 때
겪는 어려움은 자존감을 많이 깎아먹을 수 있다.

언어가 문제일 수도 있지만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영어를 원어민처럼 구사해도 실제 이민와서 친구를 만드느냐는 또 다른 문제다.
그게 힘들지 않았다면 왜 영어가 완벽한 재미교포들이 정체성 혼란을 겪고 총기난사까지 하겠는가?
(실제로 성인돼서 한국 들어와서 한국여자 만나려는 재미교포 널림.)

아예 미국인인 재미교포도 그런 ‘벽’을 경험하는데 성인 다 돼서 이민 온 외국인은...?
본인은 너무 아웃고잉이고 미국인 성격이랑 잘 맞는다. 걱정없다 자신만만할 수도 있지만,
한국에서 외국인 죽마고우 만들어본 적 있는지?
솔직히 요즘 대학교에 중국인 유학생들 대거로 오기 때문에 학창시절 외국인 친구 종종 만나봤을 것이다.
걔들 다 자기 나라 사람들이랑 뭉쳐다니지 한국사람이랑 베프먹고 인생친구 되는게 흔한 일인가.

해외에 산다는 것은 친구를 아예 못 만들 수도 있다는 각오도 필요한 것 같다.
더군다나 직장인일 시. 학교가 아니지 않는가 ㅎㅎ 만나는 사람도 일단은 비즈니스 관계이고.
마음 맞는 고등학교 친구들, 재밌게 술퍼마시고 노래방 갈 수 있던 친구들은 다 한국에 두고 와야한다.

2. 음식

코리아타운 코앞에 살지 않는 이상
먹는 음식이 어느정도 바뀔 수 밖에 없다.
그리고 한국에서 흔한 식재료가 여긴 없는 경우도 있고...

한인식당을 가던 한인마트에서 식료품을 사던 한국보다 가격이 1.5~2배 비싸기 때문에
향수병 치료 비용도 만만치 않다...ㅎ 개갓아...

갓성비의 나라 대한민국답게
맛있는 음식 보다 저렴하게 먹을 수 있는 한국.
그 좋은 환경을 버리고 오는 것이다... 흑흑

3. 의료

미국은 의료체제가 박살나있기 때문에
직장이나 학교에서 보험을 꼭 들어줘야 한다.
그래야 그나마 아프면 병원이라도 가볼 수 있다.

지금 나도 병원보험+치과보험 해서 거의 한달에 400$넘게 나가는 것 같다.
한국에서는 그냥 마실나가는 것 처럼 동네병원 한 번 가주고 그랬는데..
편리하고 가성비 넘치는 의료서비스 너무 그립다.

4. 주거

서울같은 큰 도시에서 온 사람들은 미국의 낙후된 도시에 적응을 잘 못할 수도 있다.
집들이 지어진지 오래 되었고 수도같은게 왠지 모르게 좀 좃같다.
대학가 근처 원룸같은데보다 후졌을 수도 있다.

근데 신축+도심 집은 가격 미쳤고
신축 대궐같은 집+가격 괜찮으면 주변이 허허벌판이다 진짜.

인간햄스터굴같이 닭장이라고 놀려도 좋으니 서울같이 많은 먹거리 쇼핑할 곳 놀거리가 꽉꽉 몰려있는 곳이 그립다... ㅋㅋ
살다 살다 아스팔트가 그리워질 줄은.

그렇다.
미국간호사로 이민을 온다 하면
본인의 간호인생과 그 이외 인간으로서의 인생을 맞바꾸는 것이다.
가족도 친구도 다 한국에 두고 와야 한다.
새로운 친구나 가족을 만들지 못 만들지 모르는 일이다.
오직 간호만 보고 살아가는 그런 인생인것이닼ㅋㅋㅋㅋ

해외살이 장점 하나 꼽으라면
민폐중국이 옆에 없어서 공기가 좀 깨끗하다,
지역에 따라 미친 한국의 여름과 겨울을 피할 수 있다 정도겠다.

그러니까 한국임상이 너무너무 힘들어서 미국에 가면 낙원이 펼쳐지지 않을까? 정도의 도피처로 생각하기 보다...
좀 더 준비를 해서 도전하면 이민 후의 삶을 더 잘 꾸릴 수 있을 것이다.
화이팅!